[사람만이 희망이다] 저자. 박노해 / 출판. 해냄
첫마음
한 번은 다 바치고 다시
겨울나무로 서 있는 벗들에게
저마다 지닌
상처 깊은 곳에
맑은 빛이 숨어 있다
첫마음을 잃지 말자
그리고 성공하자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첫마음으로
한 밥상에
또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오늘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침침한 독방에 홀로 앉아서
벽에 뚫린 식구통으로
식은 저녁밥을 받습니다
푸실한 밥 한술 입에 떠넣고
눈을 감고 꼭꼭 씹었습니다
담장 너머 경주 남산 어느 암자에선지
저녁 공양을 알리는 듯 종 울림 소리
더엉 더엉 더엉
문득 가슴 받히는 슬픔이 있어
그냥 목이, 목이 메입니다
함께 밥 먹고 싶어!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한 밥상에 둘러앉아서
사는 게 별거야
혁명이 별거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하늘 땅에 떳떳이
따뜻한 저녁밥을 함께 먹는 거지
나 생을 바쳐 얼마나 열망해왔어
온 지상의 식구들이 아무나 차별 없이
한 밥상에 둘러앉은 평화로운 세상을
아 함께 밥 먹고 싶어!
詩人 . 박노해
1957년 전라남도 함평 출생
본명 박기평.
1976년 서울 선린상고 졸업 후, 섬유, 금속 공장의 노동자로 일함.
그후, 버스회사에 입사하여 노동운동 하다가 해고당함.
1985년 서울노동운동조합에서 활동
1989년 남한사회주의노돈자연맹 결성주도
1984년 첫시집 [노동의 새벽]
1993년 두번째 시집 [참된 시작]
1991년 3월 10일 구속되어
국가보안법위반 죄명으로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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