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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 정호승 詩

북카페청시 2009. 11. 4. 23:34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저자. 정호승  /  출판. 창작과비평사

 

 

 

 

그리운 부석사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게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강물

 

 

그대로 두어라 흐르는 것이 물이다

사랑의 용서도 용서함도 구하지 말고

청춘도 청춘의 돌무덤도 돌아보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흐르는 것이 길이다

흐느끼는 푸른 댓잎 하나

날카로운 붉은 난초잎 하나

강의 중심을 향해 흘러가면 그뿐

그동안 강물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

내가 아니었다 절망이었다

그동안 나를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

강물이 아니었다 희망이었다

 

 

詩人 . 정호승

1950년 경남 하동 출생.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첨성대> 당선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위령제> 당선

1979년 첫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간행

1982년 두번째 시집 [서울의 예수] 간행

1987 세번째 시집 [새벽편지] 간행

1989년 제3회 소월문학상 수상

1990년 네번째 시집 [별들은 따뜻하다] 간행

1991년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