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철거, 서울광장 폐쇄, 시민 연행...<br>국민장 하루 만에 '추모 열기 잠재우기'
오마이뉴스 | 입력 2009.05.30 17:53 | 수정 2009.05.30 23:17
[오마이뉴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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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철거, 광장패쇄, 시민연행...노골적인 국민적 추모열기 잠재우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난 지 채 하루가 되지도 않아 시민들의 분향소는 철거됐다. 서울 광장은 다시 닫혔고, 항의하던 시민들은 경찰에 끌려갔다.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해 국민들의 자발적인 추모열기를 잠재우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30일 오후 4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민중생존권·민주주의 쟁취 범국민대회'는 결국 무산됐다. 경찰의 원천봉쇄 때문이다. 이날 경찰은 서울광장은 물론 대학생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범국민대회 참여를 막기 위해 지하철 시청역 출입구까지 막아섰다.
때문에 시청 앞 서울 광장에서 모여 범국민대회를 치를 계획이었던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21세기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은 각각 명동 밀레오레와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 수밖에 없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의 서울광장 폐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대학생 김선우(22)씨는 "이명박 정부가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국민들의 민심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국민장이 끝나기가 무섭게 분향소를 부수고 광장을 다시 틀어막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영철(64)씨는 "삼오제도 아직 안끝났는데 분향소를 이 지경으로 만든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며 "아무리 위에서 시킨다고 그대로 하는 너희들이 딱하다, 경찰들은 애비어미도 없는 자식들이냐"며 성토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태평로로 진출해 행진하거나 서울광장 진입시도를 벌이다 곳곳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 1명이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부상자도 발생했다.
특히 도로 위로 행진하던 시민들을 상대로 경찰이 연행 작전을 펼쳐 70여명이 검거·연행됐다. 경찰은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불법이다, 즉시 해산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방송을 수차례 내보냈고 기자들을 상대로도 "취재기자가 경찰의 작전을 방해할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흥분한 시위대는 경찰의 집회 방해와 시민 연행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위대를 가로막고 있던 경찰 버스에 돌을 던지거나 타이어의 바람을 빼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어둠이 내리면서 대한문 앞은 차분한 추모분위기를 되찾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노무현을 살려내라", "살인 정권 물러나라", "평화 시위 보장하라", "시청 광장 돌려달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특히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 속에서도 다시 세워진 분향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아직도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는 시민들의 조문이 계속 이어졌다.
대학생 박 아무개(23)씨는 영결식이 끝났는데도 분향소를 방문한 이유에 대해 "그냥 아쉬워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교복을 입고 분향소를 찾은 조 아무개(18)양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마저도 경찰을 동원해 막는 이명박 대통령이 너무 밉다"며 "이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내일도 이곳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덕수궁 돌담길 주변에도 촛불을 환하게 밝혔다. 이들은 삼삼오오 토론을 하거나 상록수, 아침이슬 등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서로를 위로했다.
7일간의 국민장은 끝났지만 시민들의 마음속 국민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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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진출한 시민들, 경찰과 충돌... 시민 연행
30일 저녁 7시경, 시민들이 태평로에 진입해 행진을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여있던 시민 300여 명은 경찰의 차단벽이 느슨해 진 틈을 타 차도로 진출해 "이명박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행열은 100여 미터를 채 가지 못하고 경찰에 막혔다. 경찰은 행렬을 막기 위해 뒤늦게 도로에 전경들을 투입했고 시민들을 연행했다.
경찰 지휘관은 "한 명씩 연행해"라고 외치며 연행 작전을 지휘했고 연행된 시민들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고 소리치며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수십 명의 시민들이 경찰에 붙잡혀 사지를 붙들린 채 끌려갔다. 도로 위에서 시민들과 경찰들이 뒤엉키면서 이 일대 교통은 잠시 마비됐다.
다시 인도로 몰린 일부 시민들은 정차된 경찰 버스 타이어의 바람을 빼거나 에어컨을 강제로 끄는 등의 방법으로 분풀이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방송차를 동원해 "경찰 버스를 파괴하는 행위는 중대범죄"라며 "곧 연행작전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부상자도 생겼다. 경찰이 인도의 시민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중 전경 대열 안으로 끌려 들어간 한 시민은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현장에 나와있던 시민의료지원팀이 전경 대열 안으로 들어가 1차 진료를 한 후, 경찰이 부상자를 구급차가 아닌 택시를 이용해 병원으로 옮기려 하자 시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했다.
한 시민은 "병원 대신 경찰서로 연행하려는 것 아니냐"며 택시의 진행을 막았고 결국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부상자는 3명이다.
또 한 시민을 연행하려던 경찰 추정 인물이 흥분한 시위대에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청년 한 사람을 사복을 입은 건장한 남성이 뒤에서 끌어안은 채로 연행하려 하자 주위에 있던 시위대들이 몰려들어 주먹과 발로 몇 차례 구타했다. 그러자 일부 시위대들은 폭행을 말렸고 이 남성은 경찰 버스 안으로 피신했다.
한편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대한문 앞에 모여 있는 추모객들과 시민들은 촛불을 하나 둘씩 켜들고 있다. 시민들과 경찰이 충돌을 빚는 와중에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는 조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범국민대회는 오후 6시쯤 시작됐다. 민주노총 관계자의 발언이 시작되자마자 경찰은 "여러분들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즉시 해산하여 주십시오"라는 경고방송을 서너 차례 했다. 이에 2000여 명 되는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이명박은 물러나라, 폭력경찰 물러나라, 시청광장 개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청역 1번 출구쪽을 향해 뛰어나갔으나 경찰은 이를 가로 막았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 1명이 머리에 부상을 입어 실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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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된 서울광장 '긴장감'... 대학생 200여명, 경찰과 몸싸움
경찰 차량 50여 대로 다시 봉쇄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후 4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민중생존권·민주주의 쟁취 범국민대회'가 차질을 빚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학생·사회 단체는 이날 서울광장에서 '노동탄압분쇄 · 민중생존권 ·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을 발족, 1만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대한문 앞에 설치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이날 새벽 강제철거한데 이어 서울광장을 원천봉쇄했다. 특히 경찰은 이날 시위 참가자들의 집결을 막기 위해 시청역 일부 출입구를 막아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광장으로 갈 계획이었던 대학생 200여 명은 출구가 막히자 "폭력 경찰 물러가라", "평화시위 보장하라"를 외치며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시청역 구내까지 진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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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집회가 원만히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늘어나자 서울광장에 이어 대한문 앞도 경찰 버스를 동원해 막아서고 있다.
한편 강제철거 과정에서 크게 부서진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를 본 시민들은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대한문 앞에는 망가진 천막과 조화, 집기들이 그대로 바닥에 놓여져 있는 상태다. 시민자원봉사자들은 다시 분향소를 만들어 조문객들을 받고 있다.
교복을 입고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고등학생 이아무개(17)양은 "이렇게 부서진 분향소를 보니 너무 화가 난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분향소를 또다시 강제로 철거한다고 해도 시민들은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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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64)씨는 "삼오제도 아직 안끝났는데 분향소를 이 지경으로 만든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며 "아무리 위에서 시킨다고 그대로 하는 너희들이 딱하다, 경찰들은 아비 어미도 없는 자식들이냐"며 성토했다.
오후 5시 현재 대한문 앞에서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한국대학생문화연대 소속 대학생 등 1000여 명이 경찰과 대치 중이다. 이들은 덕수궁 돌담길 쪽으로 길게 늘어 앉아 'MB OUT', '민주적 권리수호' 등이 적힌 종이 피켓을 흔들고 "이명박은 퇴진하라", "시청광장 개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찰은 전·의경 144개 중대와 물대포 6대 등을 동원해 집회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노총 이승철 대변인은 "경찰이 범국민대회를 원천봉쇄함에 따라 도심 곳곳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며 "이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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