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diary

보라색 스텐드

북카페청시 2009. 7. 24. 09:32

 

 

 

 

 

 

 

 

 

 

 

 

 

 

 

 

 

 

글 쓸일은 캄캄하고

원고 마감해야하는 날은 가까워오는데

이 어두운 산골에서

밤에 불을 환하게 켜니

온갖 날벌레들이 날아든다.

 

낡은 집이라 벽이며 창틀이며 틈이 많고

하루살이나 그보다 더 작은 산벌레들은 방충망을 자유롭게 오간다.

바람 잘통하여 사람 답답할 일은 없지만

밤이 되면 작은 벌레들이 눈을 가린다...

 

밖에 외등하나 켜고

꼭 필요한 불 외에는 다 끄고  앉아 있으니

벌레는 오지 않는데 앞이 안보인다.

 

머리가 막혀 글이 써지지 않으니 보이지 않음과 다를게 없고

벌레가 눈앞을 요란히 날아다니니 그나마 눈을 껌뻑이게 되어 정신이 소란하고

머리는 집중하면 되고 벌레는 다른 곳으로 유인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눈앞이 보이지 않아 글을 읽기 힘들다...

등잔불켜고 글을 읽던 옛 선비는 어디로 간 것인가...!

 

이런 저런 핑계로 손 놓고 앉아있으니

님이 뚝딱뚝딱 각목받침 하나 만들어 오신다.

무엇인가 만들고 남은 각목조각 3개

전깃줄 , 소켓, 콘센트, 알전구로 책상 언저리에 북박이 스텐드 하나 만들어 주신다.

... 환하고, .... 따뜻하고, ..... 좋아서는, ...... 연신 웃음이 난다.

 

보라색 한지 한장 말아서 붙여보았다.

은은한 것이 참으로 그럴싸하다.

 

이제 남은 것은 잡다한 이유를 없애는 것.

 

찬물로 얼굴한번 씻고 머리빗어 올리고 책상에 앉는다.

 

불빛을 받은 얼굴은 때아니게 밝고

머리도 맑다.

 

글이 써진다.

님이 다 내마음 헤아리신 것이다...

 

 

200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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