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정신을 지켜온 이누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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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재앙에 ‘언어’도 사라진다
얼음 녹고 해수면 상승
원주민 삶터 잃고 이주
“토착어 2주에 1개 소멸”
경향신문 | 구정은 기자 | 입력 2010.08.13 22:03 | 수정 2010.08.13 23:20
덴마크령 그린란드 북서쪽에 있는 시오라팔룩은 사람 사는 곳 중 지구상 맨 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이곳에 이누이트 원주민 일족인 이누구이트 부족 70여명이 살고 있다.
1818년 스코틀랜드 탐험가 존 로스가 도착하기 전까지 이누구이트족은 '바깥 세상'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후 200년이 흘러 그린란드 대부분 지역이 유럽화, 기독교화됐지만 이누구이트족은 물개와 고래 등을 사냥하고 낚시를 하며 전통적인 생활방식과 무속신앙을 이어왔다.
이누구이트 언어는 수많은 이누이트 방언들 중에서도 원형을 간직하고 있어 '언어의 화석'이라 불린다. 하지만 이들이 자기네 말과 문화를 지키며 살 수 있는 시간도 10~15년밖에 남지 않았다. 삶의 기반인 얼음이 기후변화로 녹고 있기 때문이다. '만년빙'이 얇아져 물개 수가 줄었고, 개썰매 이동도 힘들어졌다. 이누구이트족은 원래 그린란드 북쪽 툴레에 살았으나 미국이 덴마크와 협상, 그곳에 미사일기지를 만들면서 1953년 시오라팔룩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이제 그곳마저 녹아내릴 처지다. 이대로라면 머잖아 고향을 버리고 남쪽 도시로 내려가야 한다. 도시에 적응하려면 토착언어는 버리는 수밖에 없다.
영국 가디언은 13일 기후변화로 위기를 맞은 이누구이트족 언어와, 이를 채록하려는 학자들의 노력을 소개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언어인류학자 스티븐 레너드는 이누구이트 마을에 1년간 살면서 전해오는 이야기들을 채록할 계획이다. 문자기록은 없지만 이누구이트족은 풍성한 구전문화를 갖고 있다. 언어가 사라지면 그 안의 지혜도 모두 사라진다. 레너드는 "이누구이트 언어를 기록으로 남길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알래스카의 시슈마레프 마을은 얼음땅이 녹아 해안이 깎여나가면서 13가구는 내륙으로 이사를 가고 두어가구밖에 남지 않은 폐촌으로 변했다. 셸튼 코케옥(65)은 아내와 함께 나무집에서 버티고 있다. 이들마저 마을을 떠나면 코케옥이 속한 이누피아트 에스키모족 언어는 몇년 못 가 사라질 것이다.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것은 기상이변과 홍수만이 아니다. 지구 북단에서는 얼음땅에 살던 부족들이, 아시아·태평양에서는 해수면 상승에 터전을 잃은 섬 원주민들이 외지로 이동하면서 토착언어가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빈곤, 개발, 식민주의 등이 토착언어의 소멸을 가져오는 요인들이었는데 지금은 기후변화도 한 요인으로 떠올랐다. 세계의 언어는 6700여종에 이르지만 그중 28%는 사용자가 1000명 미만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소사이어티에 따르면 여러가지 이유로 전 세계에서 2주에 한 개씩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2100년에는 세계 언어의 절반이 넘는 3500종이 없어진다. 그 언어들에 담긴 지혜도 사라질 것이다. 이는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끈들이 사라진다는 뜻'이라고 학자들은 지적했다.
<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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