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diary 4. 20090804
비 그친 여름 대숲에서 하얀 망태버섯을 만나다...
비는 계속되고 산골짜기는 온통 초록이다.
초록지천의 숲속에서 잠시 햇살 비추어드는 날이 있으니 비옷없이 숲을 산책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맑은 물살은 청징한 소리로 흐르고 산골의 조그마한 천수답의 논물은 넘쳐서 자갈길을 적시면 흘러간다.
비온 뒤라 물안개가 자욱한 대숲에는 간혹 산비둘기 날개 터는 소리 푸드득 들려오고, 워낙 사람이 없는 곳이라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산짐승들이 잡목을 헤치고 부스럭거리며 돌아다닌다.
선림원의 입구쪽에 수렵금지, 자연보호, 환경감찰단 활동지역.. 등의 현수막을 걸어서 이들을 보호하려고 하지만 가끔은 무방비의 산짐승들을 노리고 총을 맨 사냥꾼들이 들어온다. 민가가 없는 지라 산길에서 총을 쏘아대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조용하던 내 성정도 분기를 삭히지 못하고 한바탕 혼줄을 내러 산길로 달려나가는데... 하나의 생명으로서 다른 생명을 경시하고 재미로 죽이는 행위는 그들이 반성을하고 가든 실랑이가 지겨워 가버렸든 간에 가고 나서도 한동안의 시름으로 남아 마음을 어지럽힌다...
오늘은 산골짜기가 지극히 고요하고 청정하다.
계곡 안쪽에 가득한 안개가 걷히면서 하늘과 맞닿아 하늘길이 열리고 그 길을 따라 가히 신선이 내려올듯 하다.
깊은 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걸어 대숲에 이르니 몽긋하게 촉촉한 흙을 밀어올리는 작은 달걀같은 것이 두어평 정도에 보이다.
... 망태버섯이다 ...
분홍의 껍질을 싸고 있는 듯 흙에서 올라올때는 살색 비슷한 둥근 알모양인데... 분홍의 껍질을 벗어버리고나면 검은 갈색의 머리를 내밀고 순백의 기둥이 올라온다. 7~8센티를 넘어 기둥이 자라면 망태가 내려오기 시작하는데...2~3시간에 걸쳐서 우아하게 치맛자락을 펼치듯이 확 퍼지면서 내려온다. 그리 향긋하지는 않은 특유의 냄새가 있고 다자란 망태버섯은 망태가 시들면서 사그라들어 하루 이틀이면 말라죽는다.
카메라를 챙겨 든 산책길은 아니어서 어서 선림원으로 돌아가 카메라 챙기어 온다... 저만치 가까운듯 해도 잰걸음으로 20분은 족히 걸릴 것인데 망태를 완전히 펼치는 순간을 보려면... 더 급히 다녀와야 한다...
사진을 찍고 삽으로 망태버섯 하나와 주변의 흙을 조심스레 떠왔다. 어느지역에선가 망태버섯이 발견되자 저마다 마구잡이로 캐가고 훼손하여 지금은 그 지역에서는 멸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곳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희귀한 춘란이 많다고 알려진 곳이라 일부 몰지각한 난꾼들의 산림훼손과 무분별한 야생화채취가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선림원 약초정원의 조용한 침엽수림 아래 놓아 보존하리라...
숲 전체를 있는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더 없이 좋을것인데...
비 그친 여름 대숲에서 하얀 망태버섯을 만나다.
푸른 산안개 속에서 세상의 혼탁함에 물들지 않은 순백의 자연과 멋진 만남을 한 것이다.
▶ 하얀망태버섯
망태버섯속 Dictyophora sp. / 담자균류 / 말뚝버섯과
분포지역 : 한국, 일본, 중국, 유럽, 북아메리카 등 전세계
서식장소 : 대나무 숲이나 잡목림의 땅
버섯크기 : 버섯대 높이 10∼20cm, 굵기 2~3cm
특이사항 : 식용버섯, 특유의 강한 냄새, 치마처럼생긴 망태가 2~3시간에 걸쳐 확 퍼져내리고 온도, 습기, 채광 등의 기후조건과 생태환경에 따라 반나절에서 하루정도의 시간을 소요하면서 서서히 망태를 펼쳐보이기도 한다. 다 펼쳐진 망태버섯은 하루 이틀 후면 말라서 고사한다.
* 대나무 숲에는 하얀망태버섯이 자라고, 잡목림에서는 노란망태버섯이 자란다.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주로 대나무 숲이나 잡목림의 땅에 여기저기 흩어져 자라거나 한 개씩 자란다. 처음에는 땅속에 지름 3∼5cm의 흰색 뱀알처럼 생긴 덩어리가 생기고 밑부분에 다소 가지친 긴 균사다발이 뿌리같이 붙어 있으며 점차 위쪽 부분이 터지면서 버섯이 솟아나온다.
버섯대는 주머니에서 곧게 높이 10∼20cm, 굵기 2~3cm로 뻗어 나오고 순백색이다. 버섯대는 속이 비어 있고 수많은 다각형의 작은 방으로 되어 있다. 버섯갓은 주름 잡힌 삿갓 모양을 이루고 강한 냄새가 나는 올리브색 또는 어두운 갈색의 점액질 홀씨로 뒤덮인다.
이 버섯의 특징은 버섯갓의 내면과 버섯대 위쪽 사이에서 순백색의 망사 모양의 망태가 확 퍼져 내려와 밑부분은 땅 위까지 내려와서 화려한 레이스를 쓴 것 같이 되는 점이다. 주머니에서 버섯대가 솟아나와 망태가 퍼지는 속도는 급속히 이루어진다. 강한 냄새가 나는 홀씨를 씻어 없애면 순백색으로 냄새가 없게 된다. 식용할 수 있으며, 중국에서는 건조품을 죽손(竹蓀)이라 하여 진중한 식품으로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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