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황폐화, 바다로 변한 섬진강
MBC | 입력 2009.08.14 23:27 | 수정 2009.08.14 23:30
[뉴스데스크]
◀ANC▶
남도의 젖줄이라고 불리는 섬진강이 바다로 변하고 있습니다.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강 상류에서까지 바닷고기가 잡힐 정도로 섬진강 생태계가 황폐화됐습니다.
허무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CR▶
지리산이 손에 잡힐 듯한 섬진강 상류에 낚시가 한창입니다.
낚싯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나 싶더니 농어가 잡혀 올라옵니다.
강 상류에서 바다고기가 잡히는 것입니다.
바닷물이 올라오면서 3,4년 전부터 은어와 황어가 자취를 감춘 대신 감성돔과 숭어가 많아졌습니다.
◀INT▶ 최동현/어민
"민물인 줄 아는데 바다고기 올라오니까 신기해하고 어이없어 하고..."
섬진강의 명물 재첩은 원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 하구에 살았습니다. 지금 이곳에서는 재첩을 구경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재첩이 남아 있다는 상류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바닥을 한 바퀴 훑어 그물을 끌어 올렸습니다.
자갈과 돌멩이가 잔뜩 올라왔을 뿐 정작 재첩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있는 것도 속이 빈 껍데기입니다.
◀INT▶ 김형신/어민
"하루 1,2백 킬로는 잡았는데 이젠 10킬로도 못 잡아요. 그래 아예 작업을 안 하는 거죠."
섬진강 어귀에선 바닷게가 기어다니는가 하면 그 위엔 갈매기가 날아다닙니다.
선착장 여기저기에는 굴이 자라고 있습니다. 배 밑에는 파래나 따개비가 잔뜩 끼여 있습니다.
◀INT▶ 김보영/어민
"따개비가 이게 왜 생겼겠습니까. 바닷물에 사는 따개비가... 섬진강에는 원래 따개비 자체가 없었습니다."
지난봄에는 강물에 적조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INT▶ 김영현/어민대책위원장
"강물에 적조라는 게 말이 됩니까. 섬진강이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다, 이렇게밖에 볼 수 없습니다."
염분 피해는 어민들뿐만 아닙니다. 강변 비닐하우스는 골조에 녹이 슬면서 시뻘겋게 변해버렸습니다.
지하수가 소금물로 변해 수박은 아예 수확을 포기했습니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도 문제입니다. 예전 갯벌은 모랫등으로 변했고, 개불과 백합조개 천지였다는 이곳에 생명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섬진강에 바닷물이 얼마나 섞여있는지 측정해 봤습니다.
보통 바닷물의 염도가 3%인데 강에서 2.7%가 나왔습니다.
섬진강에선 지금까지 63빌딩의 50배인 3천만 톤을 넘는 골재를 퍼냈습니다.
댐을 통해 강물이 다른 강으로 빼돌려 지고 있고, 공업과 농업용수로 쓰이는 물의 양도 엄청납니다. 광양만을 대규모로 매립한 것도 원인입니다.
◀INT▶ 조기안 교수/초당대
"유하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바다 면적이 줄어 섬진강으로 바닷물이 치고 올라가는 것입니다."
바닷물이 거꾸로 올라온 섬진강은 이제 강이 아니라 바다로 불러야 할 판입니다.
MBC 뉴스 허무호입니다.
(허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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